서로재

소개건립과정전통찻집 ‘서로’

서로재

공간소개

서로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를 정년퇴직한 나 성숙 교수가 한국 전통을 위하여 활동하는 곳이다.

현대계동사옥에서 중앙고로 향하는 계동길에 위치하고 있으며 ㄷ자 모양의 팔작지붕 안채와 맞배지붕 구조의 바깥채로 구성되어 있다. 대들보는 백두산에서 온 목재로 되어 있고 서까래는 옻칠을 하였으며 바닥에 진주패 자개를 붙였다.

벽면과 기둥을 나 성숙 교수의 옻칠 작품으로 인테리어 마감하여 한옥과 옻칠의 멋스러운 조화와 응용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전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던 7개의 방을 수리하여 옻칠과 황칠 작업하는 공방으로 옻칠 건조실과 작업공간이 있고 일반인들에게 옻칠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위하여 옻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안방과 마루, 건넌방에서는 각종 전통 관련 이론 강의와 외국인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혼수함과 소반 등을 판매하고 원주산 옻칠로 제작한 컵, 쟁반, 접시 등의 옻칠 제품을 진열 및 판매한다.

입구 카페에서는 문화인을 위한 쉼터로 여러 가지 모임과 담소의 장소로 활용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로재는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6길 32-1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 Learning: 한국문화 이해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더욱 한류문화의 중심인 한국에서 한국문화를 올바르게 이해 하고 고찰하는 수업이다.
우리 전통을 배우고 익힘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며 습득한 전통을 실생활에 접목시킴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한다.

2. Enjoying: 한국문화의 체험

각 분야 최고의 한국문화 전문가들을 봉산재에 직접 초빙하여 함께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와 연계하여 한국문화가 펼쳐지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하여 체험효과 를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3. Training: 문화예술의 체험

한국전통에 대한 체험을 통하여 경험과 지식을 터득한다.
옻칠의 제작과정과 나전 붙이기, 금박 입히기 등을 체험하며 생활문화에 접목시킨다.
아직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황칠의 이론과 실습으로 우리 선조들의 칠 문화를 학습한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한국전통으로 확대한다.

4. 財-Tech: 문화예술의 재테크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미술품 수집의 기본 소양과, 실제 구입에 적용 가능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강좌를 마련한다.
또한 골동품 수집을 위한 문화유산에 대한 안목과 파생되는 문제, 문화재 보호법등 강의한다.

5. Field Trip: 현장 답사

이론 강의와 연계하여 역사와 민속등과 관련된 현장을 직접 답사한다.
이러한 현장 답 사를 통하여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며 정보와 인프라 구축으로 문화경 쟁력을 배양한다.

  • 板 : 曉泉 李 光雨씀.
  • 설계 : HRC : 방4, 전시실, 부엌, 화장실, 화단, 후원
  • 건축방법 : 팔작지붕 오량식, 맞배지붕 삼량식, 우물마루, 황토 마감, 콩칠 장판
  • 건축장인 : (대목-김길성), (목수-오기상, 고흥태, 김형식, 정차서), (미장-김성남, 이경북), (와공-박문복, 조경식)

[한옥을 찾아서]
계동 사랑방에 놀러오세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듣고, 툇마루에 앉아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도 느낄 수 있는 우리네 한옥. 한옥에 사람의 온기가 드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아름다운 옻칠 문화를 전하는 봉산재는 요즘 보기 드문 동네 사랑방이다.

슬리퍼 하나 달랑 신고 두부 한 모 사러 어슬렁거리고 싶은 골목길에 일 년 전 한옥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7년 10월 12일 ‘북촌아트센터’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옥 갤러리인가?’ 하는 호기심에 대문을 살짝 열어보니 분명 살림집이다.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한 분이 온돌 아랫목에 몸을 녹이고 있어 여쭤봤더니 주인이 아니란다. “나 교수님, 이 근처 애기 엄마네 가셨을 거예요. 좀 있음 오시려나?” 하고 돌아눕는다. 사람들이 슬쩍 왔다가 차도 한 잔 하고 집 구경도 하고 간다. 어찌 된 게 오후 내내 주인이 없다. 유리창 사이로 안을 들여다봤더니 화려한 옻칠 그림이 가득하다.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칠기 작품들도 담담한 한옥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루에 걸터앉아 차 한 잔 마시고 있으니 하이힐에 세련된 투피스 정장 차림의 여인이 동네 아낙과 얘기를 나누며 들어온다. 이곳 봉산재의 주인장이다.

우리 것에서 얻은 위안

“한옥 사러 왔습니다.” 나성숙 교수가 밑도 끝도 없이 건넨 한마디에 서울시청의 북촌 투어 가이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도하고 이국적인 외모와 세련된 차림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복부인이 아닌가 의심했었다는 얘기를 나중에서야 전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쉰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무척 도시적인 인상을 풍긴다. 서울대학교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거쳐 경희대학교에서 슈퍼그래픽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서울산업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런 그가 소나무를 켜 소반을 만들고, 우리 전통 옻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항상 새롭고 진취적인 것을 찾기에 바쁘던 나성숙 교수가 전통에 눈을 돌리게 된 건 갑작스럽게 먼저 보내야 했던 남편 덕분이다. 살아생전 따뜻한 국 한 그릇 맘껏 끓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에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던 시절, 지인으로부터 우리 전통문화를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소목과 대목, 장석을 배우고 옻칠을 배웠다. 그렇게 장인의 손과 마음이 되니 조금씩 평온이 찾아왔다. 절절하게 그의 마음을 파고든 아름다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린 시절 아득한 기억 저편에 정겨운 모습을 하고 서 있는 마음 훈훈해지는 한옥에 살기로 결심했다.

나성숙 교수는 한옥을 짓기로 마음먹은 후 북촌 일대를 다 뒤졌다. 같은 북촌이라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청동은 조용하고 가회동은 근엄하다. 그러다가 들어서게 된 계동의 한 골목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06년 8월, 그는 종로구 계동에서 낡은 구멍가게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곳에 봉산재를 지었다. 그가 알게 된 아름다운 한국 전통 칠 문화를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만든 아트센터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중정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부엌, 화장실, 각 방이 서로 인접해 ‘ㅁ’자 형태를 이루고 있다. 대문은 동쪽, 부엌은 서쪽, 집은 정남쪽을 향하고 있어 통풍이 잘되고 햇빛도 잘 든다. 모든 통로가 내부를 향하고 있는 아늑한 구조다.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네모반듯한 천창을 낸 듯 파란 하늘이 시선에 들어온다. 짙푸른 하늘과 기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 말끔하고 단정하게 다듬은 나무 창살…. 이 고요한 한옥에는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의 옻칠 작품이 곳곳에 걸려 있다. 싱크대에 삼베를 발라 붉은 옻칠을 하고, 화장실 벽에는 자개도 붙였다. 모두 나성숙 교수의 작품. 사실 그의 작업은 전통을 고스란히 재현한 것이라기보다는 전통의 도구와 재료에 그의 디자인적인 감각을 더해 현대화한 것이다. 나무 판에 삼베를 바르고, 옻칠을 하고, 다시 토분을 바르는 과정을 네 번 거치고 그 위에 다시 나전이나 금박을 붙여 작업한다. 새와 구름, 나무를 모티프로 한 절제되고 간결한 모습의 채화칠기 작품이다. 선명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붓 터치가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다.

오후가 되면 하교하는 아이들로 동네가 시끄럽다. 골목골목을 제 집인 양 마음껏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계동은 참 좋은 동네다.

“옻칠은 색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내열성, 방수, 방충, 절연 등의 효과가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옻나무 식재를 장려할 만큼 중요한 문화였습니다. 한옥을 지으면서 실제로 집 안 곳곳에 옻칠을 이용해보았어요. 싱크대에 옻칠을 했더니 요리하면서 생기는 기름때나 그을음이 잘 닦여 실용적이었습니다. 번쩍거리는 서양식 도장보다 한옥의 정서와도 잘 어울리고요. 화장실에는 자개를 장식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찾아와도 너무 아름답다 하니 마음이 우쭐해집니다.” ‘전통은 뒤돌아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옥의 내부 설비를 모두 현대식으로 바꾸었다. 방 네 개 모두 인터넷, 케이블 TV, 에어컨, 팩스 겸용 전화를 놓았고 추위에 대비한 이중창과 단열재, 그리고 새시도 설치했다. 어린아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이 지내기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가스보일러를 설치했지만 방에 불을 땔 수 있는 아궁이는 그대로 남겨놓았다.

봉산재, 계동 사랑방이 되다

칠기를 전시하는 전시 공간을 제외한 안채는 두 딸과 아흔 살 되신 할머니가 함께 지내는 공간인데 어찌 된 노릇인지 봉산재에는 그보다 열 배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어제는 귀가가 늦으셨나 봐요? 신발이 없던데요.” 옆집 왕짱구(짱구분식집 주인아저씨의 별명이다) 아저씨가 아침 인사를 건넨다. 계동 주민들은 남의 일에 전혀 관심 없는 요즘 사람 같지 않다. 어느 날인가는 집 앞 화단에 누군가 예쁜 모종을 심어놓고 갔다. 낮 12시, 그리고 저녁 7시가 되면 온돌방이 들들 끓는다. 건넛집 사는 할머니께서 오늘도 어김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러 나오신 모양이다. 장작도 넣고 폐지나 신문도 태운다. 한옥 답사 과제 하러 온 아이들, 동네 아낙들, 분식집 아저씨…. 전통 옻칠 강의가 없는 시간에도 이 집은 언제나 대문이 열려 있는 동네 사랑방이다. 평소 알고 지내는 예술가들도 모인다. 황칠 장인 구영국, 옻칠 장인 이용복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작품도 가져다주셨다.

“우리 문화를 전하고자 봉산재를 만들었는데 동네 사랑방이 되어버렸네요. 얼마 전에는 잘 곳을 못 찾았다는 외국인 몇 명이 와서 머물다 가기도 했죠. 마땅히 대접할 것이 없어서 식사로 옻닭을 드렸어요. 전시실에는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우리 전통차도 팔아요. 그러고 보니 정말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이네요.”

오늘도 봉산재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난다.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려고 왔다가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눈다. 근엄하게 서 있던 한옥은 이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랑방이 되었다. 사람이 그립고 정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늘 열려 있는 정겨운 한옥, 계동 사랑방은 그 자체가 우리네 문화이고 정精 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3월호)